주식시장 어렵게 데뷔하고는 ‘자발적 상장폐지’, 어떤 실익이?

주식시장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기업이 정보를 공개하고, 자금을 공모하는 과정을 기업공개(IPO)라고 합니다. 소수 주주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투자자를 찾기 위해 선택하는 방법이죠.

기업이 주식시장에 상장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상당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수천만 투자자에게 거래되는 만큼 아무 기업이나 들이지 않기 때문이죠. 외부 자문사와의 협업을 통해 심사 기업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까다로운 거래소 상장 심사를 통과해야 비로소 주식시장에 입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상장에 성공한 뒤 갑자기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대체 무슨 속사정이 있는 걸까요? 이 기업의 주식을 산 투자자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1. 기업공개(IPO)의 강력한 장점…부실화되면 상장폐지

IPO를 통해 주식시장에 상장하면 강력한 장점이 쥐어집니다.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요. ① 개인 및 기관투자자를 통한 대규모 자금조달이 가능해진다는 점, ② 기업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함으로써 기업을 평가받고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점, ③ 자본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기업으로서 신뢰받는다는 점이 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수많은 스타트업이 기업 가치를 높여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합니다.

어렵게 주식시장에 데뷔한 기업들이 상장폐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거래되기에 심각한 결함이나 부실이 발생할 기업들이죠. 예를 들어 매출액이나 자기자본 수준이 거래소 요건에 못 미치거나,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으로 깊어지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에도 같은 일이 반복되면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됩니다.

한국거래소는 경영 안정성과 계속성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합니다. @출처: 한국거래소 ‘기업 부담 완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퇴출제도 합리화 추진’

하지만 기업이 제 발로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 알고 계셨나요?

2. 잘 나가던 맘스터치, 자발적으로 상장폐지한 이유는?

버거 · 치킨 프랜차이즈 맘스터치는 2016년 ‘해마로푸드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꾸준히 좋은 실적을 내온 맘스터치는 작년 1월 돌연 자발적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를 예고하고, 4개월 뒤 상장폐지를 신청했습니다.

시장에서 거래되던 주식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맘스터치 최대주주인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작년 1월에서 2월 사이 주당 6200원에 약 1398만 주를 사들였습니다. 이어 5월 정리매매를 진행하고, 상장폐지 후에도 최장 6개월간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사들이겠다는 유예 기간을 두었습니다.

맘스터치는 코스닥 데뷔 5년 만인 지난해 비상장사로 돌아갔습니다. 지난해 5월 당시 지분 77.56%를 보유한 최대주주 한국에프앤비홀딩스는 정리매매 기간 그리고 상장폐지 후 6개월간 소액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주당 6만 2000원에 사들이겠다고 공시했습니다. 액면가 100원을 1000원으로 액면병합한 결과입니다. @출처: 전자공시시스템

당시 맘스터치가 밝힌 자진 상장폐지의 배경은 가맹점 점주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부정적 이슈가 생길 때마다 가맹점 매출이 타격을 입고 투자자 불안을 키운다는 거였죠. 또 외부 경영 간섭을 줄이고 본업에 집중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시장과 가맹점 점주 사이에서는 맘스터치가 상장회사로서의 공시 의무를 피하고, 경영 활동과 정보를 폐쇄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지적했었죠.

맘스터치 창업자는 2019년 사모펀드 케이엘앤파트너스에 상당 지분을 매각한 바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언젠가는 회사를 팔아 수익화해야 하는 사모펀드 목적상 깔끔한 지분 매각을 위해 자진 상장폐지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상장회사를 매각하는 경우 개인투자자 보호 이슈가 까다로워 이를 피하기 위함이란 해석입니다.

3. 자발적 상장폐지,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어떤 실익이?

앞서 살펴봤듯 상장회사에는 비상장회사로서는 누리기 어려운 강력한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불특정 다수의 개인 투자자에게서 투자받을 기회가 열리는 만큼 상장회사에는 무거운 책임이 뒤따릅니다.

예를 들어 사업 현황과 다양한 활동에 대해 즉시 투자자에게 알려야 할 공시 의무가 있고, 이 때문에 외부 투자자들 공격에 노출될 위험에 노출되죠. 다시 말해 기업 입장에서는 비상장회사로 돌아가면 외부 이슈에서 벗어나 안정적이고 공고하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일 수 있습니다.

주식을 산 개인투자자 입장은 어떨까요?

맘스터치 사례와 같이 자진 상장폐지한 기업의 주식은 해당 기업이 공개매수를 통해 사들입니다. 이 기업의 대주주는 상장폐지 신청일을 기준으로 코스피의 경우 발행주식 총 수의 95% 이상, 코스닥은 90% 이상을 확보해야 합니다.

맘스터치처럼 기존 주가보다 높은 공개매수가로 투자자 보상에 나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장폐지 전후 출렁이는 주가에 변동성과 투자자 혼란이 커질 수 있습니다. 또 정리매매 종료 시 소수의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을 처분하기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상장폐지를 처음 겪는 투자자라면 이 상황이 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겠죠.

자진 상장폐지하는 기업이 속속 나타나면서 소액주주들의 경제적 심리적 피해가 우려된다는 여론이 확산되기도 했습니다. @비사이드코리아 제작

주주의 의지와 다른 의사결정으로, 개인투자자가 주권을 침해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가 우리벤처파트너스(옛 다올인베스트먼트)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우리벤처는 지난 8월 코스닥에서 상장폐지됐습니다. 상장한 지 1년 반만의 일이었죠.

당시 우리벤처파트너스 소액주주 연대는 ‘벤처캐피탈(VC)에 투자한 우리벤처 주주들을 무시한 자회사 병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 당시 우리금융지주가 주주들에게 공모가인 58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2686원을 매수예정금액으로 제시해 ‘헐값’ 논란이 일었습니다.

공정한 거래와 신뢰로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서 투자자 보호는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할 원칙입니다. 자발적으로 상장폐지하겠다는 기업이 계속해서 나오는 가운데,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개인투자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